文대통령, 조국 임명수순 돌입…순방 때까지 '청문기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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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3. 오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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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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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기자간담회로 의혹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본 듯…여론추이 변화도 주목

'순방지서 임명시 여론 악화·야당 반발 우려해 나흘 부여' 해석 나와

청문회 기회 열어두되 증인출석 의무 없어…'고도의 정치적 행위' 분석도

청문보고서 미송부 시 9일 임명 관측 속 7∼8일 '휴일 임명' 배제 못해

미얀마 도착, 차량 탑승하는 문 대통령(네피도=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현지시간) 동남아 3개국 순방 두 번째 국가인 미얀마 수도 네피도 국제공항에 도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scoop@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박경준 기자 = 동남아 3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회에 오는 6일까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사실상 조 후보자를 임명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사모펀드 투자 논란을 비롯해 검증 정국에 기름을 부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 등이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등으로 상당 부분 해명됐다는 판단과 따라 장관직에 '적격'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대상자 6명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며 6일을 재송부 시한으로 발표했다.

재송부 시한을 발표하기 전 정치권에서는 귀국일인 6일까지 재송부 시한을 주고 첫 업무일인 9일에 임명할 가능성과 함께 4일 혹은 5일까지 재송부를 요청하고 동남아 순방에서 귀국하기 전 전자결재로 임명을 재가할 가능성을 동시에 점쳤다.

문 대통령이 이 중 전자를 택한 것은 일단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은 물론, 야당의 반발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조국 후보 의혹 관련 발언하는 나경원(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yatoya@yna.co.kr


6일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것을 두고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청와대는 그대로 임명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하는 등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경우 적어도 사흘의 재송부 시한을 줬다.

이런 전례에 비춰 사흘의 시한을 주거나 혹은 그보다 하루 짧은 이틀의 시한을 줘 순방지에서 '속전속결'로 임명할 가능성을 시사했을 경우 조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과 야권의 반발은 더 거셌을 확률이 높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나흘의 시한을 준 것은 조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를 두고 기 싸움 중인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청문회를 열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가 전날 조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각종 의혹의 상당 부분이 해소됐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수석은 브리핑에서 "언론이 제기하고 야당이 목소리를 높인 의혹들에 조 후보자가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을 했다"면서 "해소하지 못한 의혹은 없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조국 후보자 청문보고서 6일까지 재송부' 요청(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일 오후 서울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오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 대상자 6명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며 "문 대통령은 오는 6일까지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seephoto@yna.co.kr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한국당이 3일에 개최한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라는 제목의 기자간담회에서도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 속에 청와대가 자신감을 키운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는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지 못할뿐더러 조 후보자가 얼마든지 기존의 의혹을 해명할 수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조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하는 비율이 크게 높았던 여론이 기자간담회를 거치며 변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 핵심관계자는 "찬반 격차가 많이 좁혀지고 있는 흐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6일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면서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린다 하더라도 증인은 부를 수 없게 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한국당은 의혹 규명에 필요한 증인을 채택해 8일 이후로 재송부 시한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인사청문회법은 청문회 증인에게 늦어도 출석요구일 '5일 전'에 출석요구서가 송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문 대통령이 6일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면서 조 후보자 청문회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증인을 채택해도 이들에게 청문회 출석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이 그토록 (조 후보자 청문회를 하려면) 법적인 기한 5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청와대가 (재송부 요청 시한을) 3일 후인 6일로 정한 것은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내심을 보인 것"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윤 수석은 '증인 신청을 피하기 위한 전략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애초) 사흘의 시한을 예정했는데 순방이라는 변수가 생겨 나흘로 한 것"이라며 "청와대는 이미 여야가 합의했던 청문회 날짜(2∼3일)를 지켜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고 대답했다.

조국 '다시 시작하는 기자간담회'(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작된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kjhpress@yna.co.kr


국회가 청와대에 6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7일부터 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현재는 순방지에서 귀국한 뒤 첫 업무일인 9일에 조 후보자를 임명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나 휴일인 7일 또는 8일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가 시작됐고, 당장 9일부터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면 주말에 임명해 준비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정해진 것은 없고 대통령이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말에 조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한 뒤 9일에 임명장을 수여하고 10일 국무회의에 '데뷔'하도록 하는 시나리오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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